가끔 일상 속에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가 있다. 더이상 이 상처를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글쓰기는 치유의 힘이 있다는데 이 기회에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어릴 적 상처를 대면하는 감정 일기를 적었다. 나만의 감정일기 노하우는 우선 부정적인 감정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이는 나의 깊고 어두운 감정과 소통을 편하게 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내가 자주 억눌렀던 분노와 짜증에게 '귀여운 짱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음으로 객관적인 상황 배경을 기록한다. 구체적인 배경과 맥락 속에서 내가 어떤 말을 들었는지 스트레스 상황을 정리한다. 이후에 ‘귀여운 짱짱아, 너가 나설 차례야.’라는 문장을 적으며 감정의 해방 신호탄을 보낸다. 여기서부터 데스노트처럼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쏟아내도 된다. 여기서 끝내면 다시 펼치지 않는 감정의 쓰레기통일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다른 색의 펜을 꺼내 날것의 감정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를 발견하고 메모한다. '상대방의 어떤 말에서 왜 분노를 느꼈는가?' 혹은 '내가 원했던 상대방의 행동은 무엇이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너는 하나도 도움이 안돼!” 라는 상사의 말보다 나의 행동에 대한 의도를 묻거나 자신이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를 말하는 것이 원활한 소통이 되었을 것이라는 식으로 적는 것이다. 이렇게 감정과 이성이 합작한 글쓰기는 나의 감정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감정의 쓰레기통은 다시 내가 쓴 글을 읽을 때 불쾌함만 덕지덕지 붙은 글이기에 금방 덮어버리고 싶다. 그러나 감정일기는 다시 펼쳤을 때 나의 심층적인 의도를 파악하는 계기가 되어 성숙하게 나를 마주하는 자세를 길러준다. 마지막으로 다시 훑어보며 배운 점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굉장한 정신적인 기력을 소모하는 일이었지만 나를 가장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감정일기를 작성하면서 내 트라우마에 숨어있던 나의 분노와 우울을 알아차리면서 펑펑 울기도 했지만, 마지막에는 내 감정의 해방감을 느꼈다. <자존감 수업> 책에서 '행복하려면 감정을 느끼는 수용체가 살아있어야 한다. 건강한 수용체를 통해 모든 감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 감정 일기를 통해 힘들고 괴로운 기분을 억누르고 긍정적인 감정만을 편식하려는 나의 낡은 습관을 찾을 수 있었다. 나의 감정 파이프가 더 굵고 튼튼해져서 많은 감정이 지나갈 수 있도록 성숙해진 기분이다. 긍정적인 감정도 나의 일부이고, 부정적인 감정도 나의 일부이다. 이걸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 글이 부디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